top of page

믿음의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중국 명나라의 홍자성이라는 사람이 쓴 채근담이라는 책에 보면 정중동(靜中動) 동중정( 動中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중동이라 함은 ‘표면적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부단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합니다. 하얀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지만 사실 물 아래로 보이지 않는 두 발은 부단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아름답게 얼음 위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을 때, 보는 우리들의 눈에는 그저 그녀의 모습이 우아할 뿐이나 그 선수의 내면에서는 완벽함을 향한 처절한 분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생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나무의 모습도 그와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는 듯하나 그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그 가지에서는 쉴 새 없이 잎사귀들이 돋아나며, 그 잎사귀에서는 엄청난 양의 양분들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져 다시 뿌리와 꽃과 열매로 보내집니다.

성난 파도 속에서 주무시던 예수님의 이야기를 보며 정중동을 떠올려봅니다. 폭풍 속에서 죽은 듯 주무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의 삶이 고단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죽은 듯 잠들어 있는 그 분에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있었습니다. 반면 있는 힘껏 노를 저었지만 풍랑에 대항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제자들의 모습은 동중정 (‘겉으로는 움직이나 속으로는 움직임이 없음’)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들에겐 오히려 부산함을 줄이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고요함이 필요했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습니다. 우리가 매우 열심히 사는 듯하나 사실은 삶은 정체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무기력하게 여겨지는 우리의 삶도 폭풍 속에 힘차게 노를 젓던 제자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소용 없는 일이지요. 풍랑을 이겨보겠다고 처절하게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은 부질없습니다.

사실 제자들 중 여러 명이 어부였고, 그들에게 갈릴리 호수의 폭풍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갈릴리 호수 서쪽은 두 개의 깊은 계곡으로 열려져 있기 때문에, 여름 오후에는 주위의 높은 지역의 찬 공기와 낮은 곳에 있는 갈릴리 호수 위의 더운 공기가 서로 만나면서 강한 서풍이 불어오게 됩니다. 이 바람은 몇 분 내에 잔잔하던 호수 위에 높이 2 m가 넘는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오후에는 항해가 위험합니다. 사실 제자들이 경험한 이 폭풍은 이 갈릴리 호수에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었지요. 어부였던 일부 몇몇 제자들에게는 풍랑을 만나는 것이 어쩌다 한 번 경험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풍랑 앞에서 경험하게 되는 무기력함은 우리가 많이 경험했다고 해서 쉽게 해결책이 생기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문제와 어려움은 늘 새롭게 우리를 도전합니다. 이번 풍랑을 이겨내면 다음엔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도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는 함께 하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믿음에 굳게 섭시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겪은 카트리나와 하비도 저에게는 전환점이 된 사건들이었습니다. 카트리나 때는 변호사의 꿈이 목회자의 비전으로 바뀌게 되는 사건이 있었고, 하비 때는 막 개척한 교회의 담임 목사로서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을 도우며 교회의 근간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 다 눈물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두 번의 풍랑이 없었다면 오늘 저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호수교회

담임목사 김철규

Featured Posts
Recent Posts
Archive
Search By Tags
No tags yet.
Follow Us
  • Facebook Basic Square
  • Twitter Basic Square
  • Google+ Basic Squar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