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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치다


바닥을 쳐보셨습니까?

먼저는 명예를 잃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욕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돈을 잃습니다. 사람들 아무리 욕해도 혼자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돈이 없어지는 순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건강을 잃습니다. 건강하던 사람, 마음의 병을 얻어 머리가 빠지고 살이 빠지고 곧 장기가 망가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천자문을 지은 사람도 온 맘과 힘을 다해 하룻밤 만에 그 글을 짓긴 했는데, 아침에 보니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천자문을 백수문이라도 한다지요. 삶의 고뇌는 몸도 망가뜨립니다. 이쯤 왔으면 이제 여기서 더 얼마나 나빠질 수 있을까 스스로 묻게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을 때 목숨 걸고 좇던 베드로도 아마 바닥을 친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가 가졌던 조그만 사업체—고깃배—와 가족을 버리고, ‘내 과거 급제하여 돌아오마’하는 심정으로 포부를 안고 떠났던 새 삶이, 선생의 죽음이라는 예측하지 못한 난제에 막혀, 이젠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분명히 고민하게 되었을 겁니다.

사실 예수 이전 베드로는, 비록 부유하진 않았지만 나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햇볕에 그을려가며 일해야 하는 고된 생활이었지만 매일 물고기를 잡아서 시장에 내다팔고 가족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는 직업이었습니다. 가난해도 먹을 것을 팔거나 식당을 하는 집 아이들은 그래도 대개 잘 먹습니다. 하루 1불로 사는 사람이 세상에 10억명이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들 대개 그 1불로 밀가루 조금, 기름 조금 사면 돈 떨어집니다. 이런 집은 아이들 고기 먹기 힘들지요. 하지만 베드로는 매일매일 가족들에게 고기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그래도 가족들 잘 부양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일생 일대의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호숫가에 찾아와서 자신을 부르는데 그 목소리와 기운이 심상치 않습니다. 자기를 따라오라 부르는데 뭔가 압도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이 사람 따라다니면 뭔가 한 자리할 것 같습니다. 이 사람 따라가면 한 몫 단단히 잡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삶의 터전 버리고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따라온 이 사람,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잘 따라왔다 생각했을 겁니다. 이 사람 따라다니며 온갖 신기한 일들을 다 경험합니다. 어느 날 잔칫집에 따라갔는데 하객들 대접할 포도주가 떨어지니 하인들에게 물을 항아리에 부으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물을 떠다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데, 순간 물이 너무나 맛난 포도주로 변해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이 계속 이어집니다. 걷지 못하던 사람 손을 잡아 일으키니 일어나고, 미쳐 날뛰는 사람 귀신을 좇아내고, 앞을 보지 못하던 사람 눈을 보게 하고, 무슨 마법처럼 보리떡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먹이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왕국이 도래한다고 하는데 내가 곧 국무총리라도 되나 싶었을 겁니다. 이젠 ‘정말 내 인생에 대박날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그렇게 믿고 따르던 그 사람이 수도에 당당하게 입성한지 닷새 만에 군인들에게 잡혀 가더니 그냥 죽어버렸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눈물도 나지 않는데, 사람들이 그에게 그 제자 아니냐 몰아치며 물으니, ‘나는 아니라’고 소리치며 도망치던 그의 눈에 비로소 눈물이 고입니다. 엉엉 울던 그 사람, 왜 우는지, 왜 슬픈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으로 통탄했을 겁니다.

베드로—이건 뭔가 싶었을 겁니다. 다 버리고 좇아왔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예전에 하던 일로 돌아가야 하나 싶었을 겁니다. 베드로 뿐만 아니라 야고보 안드레도 다 마찬가지고, 괜찮은 사업, 비싸게 입찰해서 따낸 세금 징수권 버리고 예수를 좇았던 마태도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바닥을 쳐보셨습니까? 언제인가요? 아니 그걸 향해 가고 있는듯 느끼십니까?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십니까? 바닥까진 아니어도, 크게 실망해본 적은 있습니까? 사람들에게, 상황에, 직장에,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의욕을 잃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의미와 이유가 사라진 인생, 그래서 매일매일이 너무도 고단하기만 삶의 언저리에서 고뇌해 보셨습니까? 내 삶의 소망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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