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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품고 살다


2주 전 갓 태어난 아이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말 작고 귀여웠습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여서 모든 것에 부모의 손이 닿아야 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가면서 당연히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겠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의 모습은 부모로 하여금 살아야 할 이유를 더 분명히 느끼게 합니다. 제 딸이 태어났을 때 황달기가 있어서 의사가 햇볕을 보게 하라길래 저는 집 앞마당에 모기장을 둘러쓰고 애를 안고 서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햇볕은 봐야겠고 모기는 물리면 안 되겠기에 모기장을 둘러쓰고 서있었습니다. 마침 저희 집이 동네 입구 쪽에 있었고 좀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가 있었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고 말들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별나게 그런다고 했을 수도, 아빠가 자상하다고 했을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이야 뭐라고 하든 내 아이 일이라 그랬나 봅니다.

애들 낳기만 하면 자란다는 말씀들도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 누구나 다 압니다. 매일매일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해 줘야 하고 대화하고 훈련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때론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그렇게 소중하게 키워야만 탈 없이 잘 크는 것 같습니다. 아이는 한 마디로 부모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어린 아이의 그런 모습을 생각하다가 문득 예수님이 이 땅에 아기로 오셨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로고스가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위대한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육신의 몸을 입으셨기에 연약했고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이라고 배고파 울지 않았겠습니까? 예수님이라고 기저귀 차지 않았겠습니까? 때론 아프기도 하셨을 겁니다. 잘 돌보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생명이었습니다. 헤롯 왕이 그를 찾아 죽이려 할 때 그를 보호하기 위해 온 가족이 피난을 떠나야 했던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내가 말씀이신 아기 예수의 보호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요,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어린 생명입니다. 그 어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힘쓰는 어린 아이의 부모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우린 하나님의 존재를 너무 크고 위대한 분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가 늘 도움을 받고 구할 대상이지, 내가 돕고 돌볼 수 있는 대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의 말씀은 저멀리 팽개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은 그저 내가 멀리 나갔다가도 돌아오면 여전히 그 자리에 기다리고 계시는 분, 나의 삶과는 상관 없이 견고하게 존재하는 분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성탄을 지나며 생각을 좀 달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로고스,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내 아기로 생각하는 겁니다. 내가 그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자나깨나 돌보는 겁니다. 배는 고프지 않은지, 기저귀는 갈아야 하지 않는지, 열은 없는지, 기분은 어떤지 살펴보고 또 살펴보는 겁니다. 이런 마음으로 하나님 주신 내 안의 영원한 생명, 하나님의 말씀을 돌보는 겁니다.

우리의 몸은 곧 허물어질 질그릇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내 안에 품은 그 빛은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생명이니 소중하게, 마음을 다해 돌볼 것을 다짐해 봅니다.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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