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명기 8:2-3)

저는 어릴 때 집 근처에 산이 있어서 산에 오르던 기억이 많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다녀오면 상쾌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먼 곳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리는 것도,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도 다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산에 다녀오면 성취감이 있습니다. 산에 다녀오면, 작은 일이지만 내가 뭔가를 해냈다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인생이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은 줄 알았습니다. 목표가 분명하고, 힘들어도 그 목표를 향해서 꿋꿋이 걸으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하는 줄 알았습니다. 인생 중간 중간에 목표를 볼 수 있고 그 목표가 얼마나 남았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등산보다는 광야길을 걷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달려가서 그 지점을 올라서면 나머지는 수월하게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등산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야길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대한 이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광야는 한 번 들어서면 빠져나오기가 무척 힘든 곳입니다. 광야는 더 깊숙이 들어가야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깊이 들어갈까봐 걱정하는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광야 주변으로만 맴돌게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변에서 계속 맴돌다가, 사막 주변으로 큰 원을 그리고 돌게 되는 것이지요. 통과가 아니라 더 먼 길을 배회합니다. 직선으로 걷겠다 마음 먹어도 우리의 방향 감각은 우리를 직선으로 인도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사막에 들어서면, 인간은 반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보고 걸을 만한 지형지물이 없습니다. 어제 여기 있던 모래 언덕이 아침에 눈을 뜨면 저리로 옮겨져 있습니다. 목표물이 없는 것이지요. 더불어, 발이 깊숙이 빠지는 모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냥 걸어도 힘든데 한 걸음 한 걸음이 고역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광야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한 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세상 모든 사람보다 더 온유하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사실 그는 살인자였습니다. 그러나 광야의 경험이 그를 지극히 온유한 자로 변하게 했습니다. 엘리야도 지극히 교만한 자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광야로 내모시고 겸손케 하셨습니다.

종종 광야길을 걷고 있는 분들을 만납니다. 외로움의 광야길, 가난의 광야길, 법적인 문제의 광야길, 직장에서의 광야길, 육아의 광야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 길 끝에서 기다리는 하나님의 선한 손길을 기대하라고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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