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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빈부격차

보스톤에서 살면서 가난한 동네에 위치한 백인 교회를 7년 다녔습니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교회 같아 보이지만 사실 한 가지 정말 자랑할 것이 있었지요. 여름 방학 두어 달 동안 동네 200여 명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아침과 점심을 무료로 먹여가며 공부와 각종 활동을 하게 해주는 교회였습니다. 이 일을 위해 교회에서는 20-30여 명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고용했고, 선생님 고용과 아이들 음식에 세 달 동안 약 20만 불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이 돈은 모두 수십 개의 복지 재단에서 받은 그랜트로 충당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랜트 받는 것도 쉽진 않습니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선택되어야 합니다.

가난이 되물림 되는 세상—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어린 시절 유치원 교육과 12년 간 반복되는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미래가 정말 달라진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잘 증명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해도 부족한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들이 여름방학 기간 중에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정부에서라도 도움을 주면 좋으련만… 대학들도 이제 주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도서관 운영비부터 우선 줄이고 있습니다. 운영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내 도서관 통폐합까지 불사합니다. 또 주립 대학 지원자들 중에서도 학비를 다 낼 수 있는 아이들을, 공부는 잘 하지만 학비를 다 낼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보다 선호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부조차도 이런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결국 뜻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도와야 할 때입니다. 정부가 해주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각종 기관과 비영리 단체들이 도맡아야 할 때입니다. 또 교회가 이 일을 감당해야 합니다.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단순히 자선의 차원을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가난이 교육 차별의 형태로 되물림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집안이 조금 어려운 우리 이웃들의 아이들도 여름 방학을 잘 보내고 다음 학년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어야 합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이 더 살 만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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