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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새로운 패러다임

군복무를 하던 시절 북한의 땅굴이 총연장 8,000 km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공중에서 아무리 폭격을 가해도 큰 영향 받지 않으면서 오랜 기간 잘 버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군의 기지 중에도 천 명의 군인이 6개월 간 살 수 있는 지하 기지에 가본 적도 있습니다만, 땅 파는 기술로 말하면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 갑바도기아 크리스찬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갑바도기아는 터키 중부에 위치한 해발 3,000 피트 이상의 고원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총 36개의 지하 동굴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 가장 깊은 것은 지하 18층, 연인원 이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동굴을 건축한 사람들이 대개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크리스찬들이었고, 목회자들이 그 건축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갑바도기아의 목회자들은 한마디로 전천후 르네상스맨들이었다고 합니다. 로마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 도시를 요새화하여, 아무리 많은 인원이 쳐들어와도 일대일로 싸울 수 밖에 없도록 건설한 건축 전문가였고, 화산 지대의 거친 땅에서 비둘기를 키워가며 그 퇴비로 농사를 짓고 양과 염소를 키우며 치지를 만들던 (낙)농업 전문가였으며, 지하 깊은 곳까지 물과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 통로를 만들어낸 토목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목회자 중에서 역사의 그 어떤 신학자들에도 뒤지지 않는 탁월한 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사실 교회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바울도 생계를 위해 텐트를 만드는 천막업자였습니다. 목회자도 직업이니 사례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힘들 일들을 마다 않으며 힘들게 매일을 살면서도 목회를 고집했던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자신이 믿는 바 믿음과 소망을 향해 나아가며 고통과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모습들 때문입니다.

개척 교회 목사로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번역도 하고 아이들도 가르치지만, 자괴감에 빠지기 보단 갑바도기아의 목회자들을 생각하며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삶의 숨가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향한 열정이 샘솟는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교회가 많이 어려운 동부에서는 일하면서 목회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위기입니다. 작아지는 교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 갑바도기아의 목회자들을 생각하며, 이제는 목회자들이 발벗고 일어나 지역 사회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뜻있는 사람들, 소망의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랜드 레익스 한인장로교회

김철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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