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교회의 영성 5

호수교회의 이름이 호수교회인 것은 예수님께서 호숫가에서 살며 사역하셨기 때문입니다. 호숫가가 어떤 곳입니까? 호숫가에는 물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고기가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이 모인 곳이니 물고기가 있고, 물고기가 모인 곳이니 사람들도 모여듭니다.
물이 있는 곳은 낮은 곳입니다. 지금이야 부자들이 호숫가에 살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서울의 청계천이나 양재천 등 물가는 늘 생활 폐수가 흘러들어 더럽고 냄새나며, 파리와 모기가 들끓는 곳이었습니다. 보스톤의 찰스 리버도 그랬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케이티와 휴스턴을 가로지르는 Buffalo Bayou도 그랬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은 늘 낮은 곳으로 흐르니 물이 고인 곳에은 낮은 사람들의 자리라고 할까요? 과연 낮은 곳은 겸손의 자리입니다. C S 루이스는 “밑만 쳐다보는 사람은 위에 계신 분이 누구신지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른 사람이 아래를 바라보게 되듯, 높은 곳에 있으면 자기 아래만 보게 되니 겸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낮은 곳에 있으면 위를 보게 되니 결국 하나님을 찾는 이들도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 낮은 곳에서는 독야청청 고독을 즐길 수는 없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과 엉기고 살을 맞대며 살게 되니 때론 귀찮고 싫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사람 사는 맛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호숫가에는 또 바람이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사역하셨던 갈릴리 호수의 바람은 아주 특별합니다. 갈릴리 호수 서쪽은 두 개의 깊은 계곡으로 열려져 있기 때문에, 여름 오후에는 주위의 높은 지역의 찬 공기와 낮은 곳에 있는 갈릴리 호수 위의 더운 공기가 서로 만나면서 강한 서풍이 불게 됩니다. 이 바람은 몇 분 내에 잔잔하던 호수 위에 2 m (7 feet) 가 넘는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오후에는 항해가 위험합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동풍이 갑자기 불어 높이 2m 가 넘는 파도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한 순간 잠잠했다가도 갑작스런 파도가 이는 곳, 잔잔한 파도에 순항을 기대하며 항해 나갔다가 급하게 몰아치는 폭풍 때문에 갑작스레 죽음의 위험을 겪기도 하는 곳이 바로 갈릴리 호수이니 바로 우리 인생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호숫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거기에 물고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이 바로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삶을 위협하는 이 강한 바람이 사실은 삶의 자양분을 공급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강한 바람은 잔잔한 호수의 물을 뒤집으며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부유물들을 떠오르게 하니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플랑크톤은 다시 새우에게, 새우는 다시 물고기들에게, 물고기들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이 호숫가에서 옹기종기 모여살던 사람들은 아침마다 바닷가로 나가 배에 앉아 가르치시던 예수님께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수 천 명에게도 그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또 저녁에는 산자락에 올라 앉으셨는데 그러면 산바람을 따라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그 목소리가 또한 선명하게 들렸으니 다 호숫가의 시원한 바람 덕분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중간중간 자기 일을 하러, 특히 물고기를 잡으러 가기도 했을 겁니다. 물론 하루 종일 예수님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겠지요. 그런 그들에게 배가 고프다고 호소하면 먹을 것을 주셨고 아프다고 하면 치료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날의 언어로 표현하면 학교와 식당과 병원이 되어주셨습니다. 사실 초대교회의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예배의 공통체였을 뿐만 아니라 삶의 공동체였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교회는 예배의 공동체일 뿐 아니라 식당이고, 병원이고, 은행이었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어떻습니까? 교회는 영혼을 위한 공간이니 영혼의 문제는 교회에서, 그러나 그 외의 모든 것은 세상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교회에서는 세상을 말하면 안되고 세상에서는 교회를 말하면 안되는 세상에서 살고 계십니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앙과 삶의 벽이 두텁게 자리함을 보게 되지 않습니까? 교회와 세상을 가로지르는 벽이 너무 견고하진 않습니까?
우리는 이 벽, 삶과 신앙 사이의 벽, 교회와 세상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호수교회는 이런 사역을 지향합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삶 속으로 파고드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을 소개하고 함께 따르는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