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저 유명한 마이클 샌달 교수의 정의(Justice)라는 책을 읽은 어떤 기자가 이렇게 보도하더군요: “그 책을 읽고 나니 정의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마이클 샌달의 강의를 다 들었습니다만, 강의를 듣고 나서 정의가 뭔지 더 헷갈리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개념이 많기 때문입니다. 철학자들이 말하는 정의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론 사안의 복잡성(complexity)를 인정하는 것이 담론의 출발점과 마지막 점이 되기도 합니다.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Just War Theory도 비슷한 고민들을 담아내는 철학, 신학, 정치학자들의 담론 거리입니다.

정의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마태복음 20장을 보면 “포도밭 주인의 비유”가 등장합니다. 이 포도원 주인은 시장에 나가서 일꾼들을 데려오는데, 아침 9시, 12시, 3시, 오후 5시까지도 나가서 일거리를 찾아 기다리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할 일을 주었습니다.

일이 다 마친 후에는 가장 늦게 온 사람부터 약속한 한 데나리온씩 일당을 줍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늦게 온 사람들이 한 데나리온 받는 것을 보고 자기는 더 받을 줄 알았는데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받으니 불평을 합니다. 하지만 주인은 분명히 말합니다: “나는 너와 한 약속을 지켰고, 늦게 온 사람에게 똑같이 주는 것은 너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자비다. 내가 자비롭기 때문에 불평하는가?”

한 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생활비입니다. 일찍 온 사람이든 늦게 온 사람이든 먹고 살아야 하니 주인은 모두에게 한 데나리온씩 주었습니다. 여기에 하나님 정의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인간의 정의와 그 개념이 다릅니다. 물론 하나님의 정의는 죄에 대한 댓가를 요구합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는 것이 정의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굶어 죽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자와 아이들의 살 길을 열어줍니다.

억울하게 벌을 받게 된 사람에게 피할 곳도 마련해 주십니다.

사랑하는 마음, 그 자비가 하나님의 정의 안에는 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정의는 자비의 정의, 사랑의 정의입니다. 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인간의 죄값을 치루기 위해 하나님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셨고,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기꺼이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동시에 실현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보좌의 두 기둥이 사랑과 정의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 없는 정의는 차갑고, 정의 없는 사랑은 무질서합니다.

과연 그 누가 이 둘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겠습니까!